왜 다시, 지금 나나미카인가?
노스페이스 퍼플 라벨을 낳고, 고프코어의 원형을 설계한, 일본에서 가장 과소평가된 브랜드.
2020년대 초 아크테릭스와 살로몬이 패션 편집숍의 메인 코드로 자리 잡기 전, 아웃도어의 기능성과 일상복의 간극을 메우는 작업은 이미 2003년 도쿄 다이칸야마에서 시작되었다. 20년간 묵묵히 고프코어의 원형을 다듬어 온 브랜드, 나나미카(nanamica)의 이야기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창업자 '혼마 에이이치로'의 배경은 이 브랜드의 효용성을 설명하는 핵심 단서다. 사회학과 심리학 전공자인 그는 도쿄 통근 전철 안 사람들의 옷차림을 관찰하며 설계를 시작한다. 골드윈(Goldwin)에서 18년간 축적한 소재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스포츠웨어의 기술력을 군복과 클래식 베이직 실루엣에 이식했다.

나나미카의 접근법은 명확하다. 화려한 테크 웨어의 외관이 아니라 "멀리서 보면 평범한 옷, 가까이서 보면 소재가 다른 구조"다. 런웨이 쇼 없이 시즌 룩북으로만 전개하며, 매 시즌 극적인 디자인 전환 없이 폼팩터를 유지한 채 소재와 피니시를 다듬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방식을 고수한다.

The North Face Purple Label
나나미카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더 노스페이스 퍼플 라벨'이다. 2003년 혼마가 창업과 동시에 디렉팅을 맡은 이 라인은 TNF의 80년대 아카이브를 슬림한 실루엣으로 재해석해 즉각 상업적 히트를 기록했다. 골드윈의 일본 지역 라이선스라는 제약이 오히려 희소성을 만들었다.

왜 지금 nanamica인가
현재 글로벌 아웃도어 시장은 거대 자본의 팽창 속에 다양성의 부재를 겪고 있다. 나나미카는 "기능적 소재를 도시 일상에서 입는다"는 니치 오디언스의 실수요를 정확히 타깃한다.
2026년 1분기, 나나미카의 행보는 확고한 시장 지표를 보여준다.
- SS26 'BLACK OCEAN' 컬렉션
네이비, 스모키 그레이 중심의 팔레트. 불소 프리(fluorine-free) ePE 멤브레인을 적용한 고어텍스, 리사이클 폴리에스터의 확대로 소재 라인업을 강화했다. - 상하이 우캉루(武康路) 매장 오픈
뉴욕에 이은 두 번째 해외 플래그십. 대규모 수치 중심의 대형 몰 입점을 거부하고 르라보, 르메르가 위치한 '상하이의 마레' 가로수길을 택했다. - 브랜드 철학의 증명
오픈 당일 구매 고객에게 증정한 '코트 케어 브러시'는 옷을 일회성 소비재가 아닌 장기적 관리의 대상으로 보는 브랜드의 본질을 보여준다.

가장 과소평가된 브랜드
스프레자(Sprezza)가 2026년 3월호 커버스토리에서 이들을 "일본에서 가장 과소평가된 브랜드"로 꼽은 것처럼, 요란한 트렌드 전환 없이 20년간 시그니처 소재 파트너십(GORE-TEX, ALPHADRY, COOLMAX)을 유지해 온 브랜드의 저력은 리테일 매장의 가장 안정적인 매입 포트폴리오가 된다. 퍼플 라벨이 TNF의 유산 안에서의 '해석'이라면, 나나미카는 혼마의 100% 독립된 오리지널리티다. 면의 촉감을 내면서도 기능성 합성섬유의 성능을 발휘하는 독자 소재 'ALPHADRY'가 나나미카에서 먼저 개발되고 이후 퍼플 라벨에 적용되는 흐름이 이를 방증한다.
트렌드에 휩쓸리지 않는 견고한 팬덤을 보유한 브랜드.
나나미카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실행할 명분은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