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게 낡은 새 옷 'SAINT Mxxxxxx'

조던 브랜드부터 베르베르진, BAPE까지, 글로벌 자이언트들이 앞다퉈 SAINT Mxxxxxx를 찾는 이유와 매력.

완벽하게 낡은 새 옷 'SAINT Mxxxxxx'

가장 완벽하게 낡은 '새 옷'

포장지를 뜯고 옷을 꺼내는 순간, 묘한 기시감이 듭니다. 크랙이 간 프린트, 빛바랜 색감, 해진 솔기. 누군가 10년은 거칠게 입고 굴린 듯한 이 옷은 분명 새 제품입니다.

브랜드 이름조차 불친절합니다.

SAINT Mxxxxxx.

'세인트 마이클(Saint Michael)'이라 읽지만, M 뒤의 글자들은 지워져 있죠. 2020년에 탄생한 이 브랜드는, 지금 하이 스트리트 씬에서 가장 뜨거운 아카이브를 새로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두 명의 아키텍트: 소재의 집착과 이미지의 선동

SAINT Mxxxxxx의 폭발력은 두 설립자의 완벽한 분업에서 나옵니다.

한 명은 레디메이드(READYMADE)의 창립자 유타 호소카와(Yuta Hosokawa). 군용 잉여 텐트와 빈티지 원단을 해체해 하이엔드로 끌어올렸던 그 '소재 변태'입니다.

Source: Hypebeast

다른 한 명은 칼리 손힐 디윗(Cali Thornhill DeWitt). 칸예 웨스트의 <The Life of Pablo> 투어 머천다이즈를 디자인하며 고딕 폰트와 종교적 이미지로 글로벌 트렌드를 선동했던 LA의 비주얼 아티스트죠.

호소카와가 원단이라는 도화지를 극한의 빈티지로 깎아내면, 디윗이 그 위에 펑크와 서브컬처의 시각적 언어를 얹어냅니다.

이들이 새 옷을 헌 옷으로 만드는 과정은 에도 시대 농민들의 직물 수선 기법인 '보로(Boro)'에서 출발합니다. 공장에서 막 찍어낸 옷이 다단계 워싱, 의도적인 데미지 처리, 수작업 에이징을 거칩니다. 이 지독한 공정 덕분에 SAINT Mxxxxxx의 후드티는 단 하나도 똑같은 개체가 없습니다. 공산품이 아니라 시간을 입힌 수공예품이 되는 겁니다.

콜라보레이션: 브랜드가 아닌 '시간'을 섞다

작년 하반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이들의 발매 캘린더는 단순한 협업의 연속이 아니었습니다. 특정 세대의 문화적 기억을 소환하는 거대한 '아카이브 프로젝트'에 가까웠죠.

하라주쿠 빈티지의 정수, BerBerJin
하라주쿠의 전설적인 빈티지 숍 베르베르진(BerBerJin)과의 연이은 협업은 이 브랜드의 진가를 보여줍니다. 특히 3월과 4월에 연달아 발매된 데님 피스들은 단순한 복각이 아닙니다. 베르베르진의 디렉터 유타카 후지와라와 1년 넘게 매달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데님 원단, 헤링본 포켓 라이닝, 봉제선 특유의 뒤틀림까지 직조해 냈습니다.

Source: Time Out

과거와 미래의 충돌
섹시한 안드로이드 일러스트로 유명한 소라야마 하지메(Hajime Sorayama)의 미래주의 아트를 극한으로 낡은 원단 위에 올리고, 영화 <매트릭스>의 디지털 코드를 빈티지 스웨트셔츠에 스며들게 했습니다.

펑크와 록의 아카이브
섹스 피스톨즈의 시각을 완성한 제이미 리드(Jamie Reid), 그리고 존 레논의 'INSTANT KARMA!'까지. 이들은 로고를 병렬 배치하는 흔한 방식을 버리고, 역사적인 IP를 자신들의 타임머신 안에 집어넣어 완전히 부식시켜 버립니다.

조던 브랜드와의 타임 캡슐
이 거침없는 행보의 정점은 현재 진행형인 조던 브랜드(Jordan Brand)와의 컬렉션입니다.

지난 4월 23일,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티저 영상은 압권이었습니다. 모호한 'S'와 'M' 로고가 발굴 현장에서 마이클 조던의 등번호 '23'으로 변형되는 짧은 클립. 컬렉션의 이름조차 없이 '시간 캡슐에서 발굴되었다'는 서사 자체가 거대한 마케팅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NBA 플레이오프, 레이커스의 터널 워크에 등장한 일본계 선수 루이 하치무라는 1,000달러짜리 첸닐 패치 바시티 재킷을 입고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흥미로운 건 발매 방식입니다. 글로벌 릴리즈(5월 23일)를 한참 앞둔 지난주 금요일(5월 1일), 조던 브랜드는 일본 오사카 '월드 오브 플라이트'에서 이 컬렉션을 선발매했습니다.

스포츠 거인이 헤리티지를 표현하기 위해 일본의 니치한 빈티지 메이커를 파트너로 선택했고, 미국 본토가 아닌 일본 오사카에 첫 론칭의 영광을 넘긴 것입니다. LA와 도쿄를 가로지르는 SAINT Mxxxxxx의 강력한 이중 정체성이 스포츠 씬까지 집어삼킨 상징적인 장면입니다.

Source: Sole Retriever

Insight: 기획된 역사를 소비하다
지금의 패션 소비자들은 '가시적인 역사'를 담은 오브제에 매료되어 있습니다. 매끈하고 완벽한 현대의 럭셔리보다, 조금 헤지고 낡았더라도 시간의 무게를 머금은 물건에 더 큰 가치를 지불합니다.

SAINT Mxxxxxx가 천재적인 이유는 그 '시간의 무게'를 공장에서 기획하고 조립해 낸다는 데 있습니다. 유기적으로 축적된 진짜 역사가 아니더라도, 그들이 세심하게 깎아내고 부식시킨 '가짜 역사'는 이미 충분히 아름답고 매력적입니다. 하이 스트리트 브랜드들이 너도나도 이들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 바로 이 압도적인 '문화적 신뢰성'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