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RESSE, 워크웨어 씬의 더 로우.

소재와 핏으로만 승부하는 아프레쎄. 워크웨어 씬의 더 로우가 된 이유 및 2026년 글로벌 소싱망에서 포착된 선행 지표 분석.

a.PRESSE, 워크웨어 씬의 더 로우.
Source: Hypebeast

스펙터클 없이 시장을 장악한 빈티지 아카이브

2026년 봄, LA의 하이엔드 리테일러 맥스필드(Maxfield)에 단독 팝업을 전개한 일본 브랜드 'a.PRESSE(아프레쎄)'의 파급력은 거셌다. 하이스노바이어티(Highsnobiety)는 이를 두고 "남성복의 가장 순수한 형태"라 평했고, 유니온 LA의 창립자 크리스 깁스(Chris Gibbs)는 "완벽한 빈티지의 핏과 질감을 과장 없이 정확하게 찾아냈다"며 극찬했다.

2021년 시게마츠 카즈마(Kazuma Shigematsu)가 설립한 이 브랜드는 도쿄 진구마에 플래그십에서 신상품 입고일마다 긴 대기열을 만들며 글로벌 최정상 라인으로 도약 중이다.

Source: Hypebeast

'리얼웨이'를 위한 극강의 소재 재구성

a.PRESSE의 옷은 언뜻 보면 평범한 워크웨어, 90년대 밀리터리, 혹은 빈티지 아메리카나의 익숙한 실루엣을 띠고 있다. 하지만 이 브랜드의 진가는 매대에 걸린 옷을 직접 만지는 순간 드러난다. 투박해 보이는 코튼 봄버는 세탁된 실크로, 평범한 블레이저는 최상급 캐시미어로 제작된다.

디자이너 스스로를 '패션 디자이너'가 아닌 '편집자(Editor)'라 칭하며, 과거의 아이코닉한 피스들을 무리하게 변형하지 않고 리얼웨이에서 가장 완벽하게 입을 수 있도록 직물과 비율을 '재조정'하는 데 집착한다. 과시적인 로고나 디자인적 스펙터클 없이, 오직 크래프트맨십 하나로 '더 로우(The Row)' 급의 지지층을 워크웨어 씬에서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Source: Hypebeast

조용하지만 확실한 징후

올해 들어 글로벌 도매 소싱망을 통해 a.PRESSE의 물량을 수소문하는 국내 바이어들의 움직임이 다수 포착되고 있다. 당장 대규모 오더가 쏟아지는 단계는 아니지만, 트렌드의 최전선에 있는 하이엔드 숍들이 동시에 특정 브랜드를 핀셋으로 짚어냈다는 것은 한국 시장 안착을 예고하는 가장 확실한 선행 지표다.

포인트는 하이엔드 소비의 기준이 '과시'에서 역사적 고증이 담긴 피스를 '리얼웨이'로 소화하는 단계로 완전히 넘어갔다는 방향성 그 자체다. 빈티지 데님이나 90년대 밀리터리 아카이브의 오리지널리티를 현대적인 극강의 소재로 치환해 내는 a.PRESSE는, 매장에 걸려 있는 것만으로도 그 숍의 큐레이션 깊이와 진정성을 증명하는 앵커 브랜드로 기능하게 된다.

다만 일본 내국인조차 플래그십에서 줄을 서서 구하는 극소량 생산 체제다. 대규모 물량 확보를 기대하기보다는, 글로벌 B2B 채널에 간헐적으로 풀리는 스팟 딜을 실시간으로 낚아채 한두 점이라도 확보하는 민첩성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