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플 라벨을 밀어낸 90년대 폴로, 젠지(Gen Z)가 열광하는 브랜드

완벽한 폼을 되찾은 폴로 랄프 로렌. 젠지의 'Effortless Cool'로 자리 잡은 90년대 아카이브.

퍼플 라벨을 밀어낸 90년대 폴로, 젠지(Gen Z)가 열광하는 브랜드
Source: Ralph Lauren

할인 매대를 치우고 쳐내다.

럭셔리 마켓 전반이 위축된 2025~2026년, 극적인 반전을 이뤄낸 브랜드 중 하나는 폴로 랄프 로렌(Polo Ralph Lauren)이다.

2010년대 미국 백화점 클리어런스 코너를 맴돌며 브랜드 희석을 겪었던 랄프 로렌은, 지난 5년간 저가 유통망을 쳐내고 할인 의존도를 극단적으로 낮추는 '탈출'에 집중했다. 당장의 덩치 키우기를 포기하는 대신, 5년간 옷의 평균 단가를 60%나 끌어올렸다. 바이어 입장에서는 이보다 확실한 청신호가 없다. 시즌이 지나면 세일 매대로 직행하는 '악성 재고' 걱정 없이, 숍에 걸어두면 제값을 다 받고 팔아 마진을 챙길 수 있는 안전한 브랜드가 되었다는 뜻이다.

Source: Ralph Lauren

Gen Z의 'Effortless Cool'이 된 90s 아카이브

흥미로운 점은 높아진 가격대를 기꺼이 수용하는 주체가 35세 이하의 젊은 세대라는 점이다. 글로벌 칸타(Kantar) 조사에서 젠지가 가장 원하는 럭셔리 브랜드 2위에 랄프 로렌이 올랐다(1위는 구찌였다).

요란한 로고 플레이와 과장된 스펙터클에 지친 하이엔드 소비층은 이제 90년대 아메리칸 클래식 특유의 '노력하지 않은 듯한(Effortless)' 분위기로 눈을 돌리고 있다. 쿼터집(Quarter-zip) 스웨터 단품 하나가 Lyst 인기 상품 1위에 오르며 검색량이 132% 폭증한 현상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최근 밀라노에서 열린 남성복 런웨이가 이를 확실하게 증명했다.

하우스의 최고가 라인인 '퍼플 라벨'을 뒤로 미루고, 럭비 셔츠와 빈티지한 레이싱 재킷을 입은 '폴로' 라인이 런웨이의 오프닝을 장식하는 파격을 선보인 것이다. "폴로가 과거보다 더 완벽한 폼으로 돌아왔다"며 젠지 세대를 정확히 관통한 브랜드의 영리함을 극찬한 외신들의 반응은, 90년대 아카이브가 현재 시장에서 얼마나 강력한 세일즈 무기인지 확인시켜 준다. 여기에 테일러 스위프트의 사적인 착장이나 랄프스 커피(Ralph's Coffee)의 확장은 이 건조하고 세련된 세계관을 완성하는 견고한 마케팅 장치로 작동하고 있다.

편집숍은 지금 무엇을 사야 할까

아시아는 랄프 로렌 전체 매장의 61%가 집중되어 있으며, 영업이익률이 전 지역 중 가장 높은 핵심 시장이다. 벌써 눈치 빠른 글로벌 숍들은 가격 저항선을 넘긴 폴로의 알짜배기 아이템들만 쏙쏙 골라 담는 '핀셋 바잉'에 들어갔다. 이제 볼륨을 채우기 위한 관성적인 바잉은 의미가 없다. 숍의 감도를 결정짓는 것은 결국 90년대 오리지널리티가 선명하게 살아있는 아카이브 베이스의 핵심 피스들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