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럭셔리의 종말?

화려해진 FW26 런웨이 트렌드, 그대로 바잉해도 될까요? 미디어의 소음과 실제 VIP 고객의 지갑이 열리는 방향은 다릅니다.

조용한 럭셔리의 종말?
Source: Bottega Veneta

글로벌 패션 매체들이 "조용한 럭셔리의 종말"을 선언했습니다. 이번 FW26 밀라노와 파리 런웨이는 명확히 '화려한 자극'을 가리키고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리테일 바이어가 미디어의 트렌드 선언만을 기준으로 예산을 설정할 순 없습니다. 런웨이의 시각적 흐름과 실제 지갑이 열리는 실거래 지표 사이에는 뚜렷한 간극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Source: Valentino

런웨이의 과잉과 실적 양극화

트렌드의 화려한 귀환에도 불구하고, 럭셔리 마켓의 실적은 철저하게 양극화되고 있습니다. 케링(Kering) 그룹이 올해 1분기 14%의 매출 하락을 기록한 시점,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는 북미(+19%)와 서유럽(+17%)에서 홀로 두 자릿수 성장을 이뤄냈습니다.

이는 하이엔드 소비층이 두 그룹으로 분화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시각적 자극과 하입을 소비하는 층, 그리고 옷의 수명과 공예적 가치에 확고한 지출을 유지하는 층입니다. 트렌드에 편승해 급조된 브랜드들이 흔들리는 동안, 본질에 집중하는 최상위 소비층의 럭셔리 수요는 오히려 더 견고하게 고착화되었습니다.

Source: Bottega Veneta

보테가 베네타의 전략적 포지셔닝

이번 FW26 컬렉션에서 보테가 베네타는 이 분화된 시장의 틈새를 정확히 타깃합니다. 수천 개의 쉬어링 엘리먼트로 코트의 볼륨을 키우고 대담한 컬러를 사용했지만, 이는 로고를 앞세운 과시가 아니라 '압도적인 소재와 크래프트'를 통한 볼륨의 확장입니다.

공식 소셜 미디어 계정 없이 제품의 품질 자체로 소통하는 이들의 방식은, 현재 럭셔리 시장에서 가장 경쟁이 적고 충성도가 높은 VIP 고객층의 영토를 안정적으로 점유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Source: Marie Claire

데이터가 증명하는 오더 포트폴리오의 투트랙

실제 디지털 도매 거래 데이터 역시 미디어의 트렌드 호들갑과는 다른 온도를 보여줍니다. 2026년 1분기 기준, 트렌드 최전선에 있는 미우미우의 오더가 활발하게 일어나는 동시에, 토템과 더 로우 등 조용한 럭셔리를 대변하는 브랜드들을 향한 바이어들의 매입 수요 또한 흔들림 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패션의 진자는 항상 전 시즌의 반대 방향으로 크게 움직이지만, 바이어의 매입 예산이 그 진폭을 동일하게 따라갈 필요는 없습니다.

Source: The Row

FW26 프리오더를 앞둔 바이어의 선택

런웨이의 신호가 강렬해질수록 리테일러의 오더 포트폴리오는 더 냉정하게 구성되어야 합니다. 가장 견고한 매입 전략은 역시 두 소비자층을 동시에 아우르는 것입니다. 매장의 트래픽과 시각적 화제성을 견인할 '트렌드 피스'와, 매장의 객단가 및 신뢰도를 묵묵히 지탱해 줄 '크래프트 피스'를 영리하게 조합하는 거이죠. 모 아니면 도의 베팅이 아닌, 정교한 투트랙 바잉이 2026년 매장 수익을 극대화하는 핵심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