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 다시 도매로!
러닝 카테고리 20% 성장과 엘리엇 힐의 전략 수정. 5년의 공백을 채웠던 온 러닝과 아식스 그리고 보메로를 앞세워 편집숍을 다시 조준하는 나이키.
아식스와 On이 차지한 선반은 안전한가?
최근 발표된 나이키(Nike)의 3분기 실적을 두고 시장은 차가웠습니다. 주가는 15% 이상 빠졌고, 회복이 예상보다 느리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쏟아졌죠.
하지만 리테일 바이어가 읽어야 할 진짜 신호는 폭락한 주가에 있지 않습니다. 전체 매출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와중에도 나홀로 폭발적으로 성장한 두 개의 숫자, 바로 '러닝 카테고리(+20%)'와 '북미 홀세일(+11%)'에 넥스트 바잉의 해답이 숨어 있습니다.

나이키가 제 발로 차버렸던 진열대
2020년, 나이키는 중간 유통 과정을 없애고 소비자에게 직접 물건을 파는 'DTC(Direct to Consumer)' 전략을 강행하며 주요 편집숍과 백화점에서 자사 제품을 빼버렸습니다.
결과는 모두가 아는 대로입니다. 나이키가 떠난 텅 빈 선반은 아식스(ASICS), 뉴발란스(New Balance), 온 러닝(On), 호카(HOKA)가 완벽하게 꿰찼습니다. 소비자는 나이키 공식 홈페이지를 찾아가는 대신, 익숙한 편집숍에 들러 다른 브랜드의 신발을 샀습니다.
그리고 2025년, 새롭게 부임한 엘리엇 힐(Elliott Hill) CEO는 이 전략을 완전히 뒤집었습니다. 아마존(Amazon)을 비롯한 홀세일(도매) 채널과의 관계를 전면 복원하며 "다시 편집숍의 선반을 빼앗겠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이번 홀세일 매출 11% 성장은 그 강력한 신호탄입니다.

패션을 입고 돌아온 러닝화
나이키가 텅 빈손으로 돌아온 것은 아닙니다. 이번 시즌 매출을 20%나 끌어올린 무기는 단순한 운동화가 아닌, 퍼포먼스와 패션의 경계를 허문 라인업입니다.

프리미엄의 진화
'보메로(Vomero) 프리미엄'과 '페가수스(Pegasus) 프리미엄'은 달리기를 넘어 일상복에 어울리는 패션 아이템으로 포지셔닝 중입니다.

하입(Hype)의 재가동
최근 도버 스트리트 마켓(DSM) 전 세계 매장에 한정 발매된 디자이너 콜라보레이션 원오브원(1of1) 피스와, 전설적인 일본 러닝-패션 크로스오버 라인인 '갸쿠소우(Gyakusou)'의 FW26 부활 루머는 나이키가 하이엔드 편집숍 채널의 생리를 다시 정확히 조준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바이어의 딜레마
바이어들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지금 우리 고객들이 아식스와 온 러닝을 사는 이유는 그 브랜드 자체가 좋아서인가, 아니면 그 자리에 나이키가 없었기 때문인가?"
만약 후자라면, 다가올 시즌의 신발 매입 포트폴리오는 전면적인 재조정이 필요합니다.
포트폴리오 재점검의 시간
나이키가 비워둔 5년 동안 시장의 판도는 변했습니다. 온 러닝은 프리미엄 리테일러를 집중 공략했고, 아식스는 엘리트 러너 스폰서십으로 굳건한 성벽을 쌓았습니다. 나이키의 귀환이 당장 다음 달의 위협은 아닐지라도, 거대한 조류의 방향은 이미 바뀌었습니다.
- 보메로(Vomero)의 어원: 나이키가 지금 가장 밀고 있는 '보메로'는 원래 이탈리아 나폴리의 높은 언덕 동네 이름입니다. 1978년 처음 등장했던 이 라인은, 이제 단순한 운동화를 넘어 패션과 퍼포먼스를 연결하는 가장 상징적인 아이템이 되었습니다.
- 인턴에서 CEO로: 나이키의 도매 복귀를 이끄는 엘리엇 힐 CEO는 1988년 나이키 인턴으로 입사해 CEO의 자리까지 오른 인물입니다. 그가 내건 전략의 이름은 "Win Now(지금 이겨라)". 바닥을 아는 리더가 꺼내든 칼이기에 시장이 더 긴장하고 있습니다.